
작년 이맘때쯤이었을 것이다. 척수종양으로 인한 9간의 대수술. 정신 차려보니 내 감각은 명치 부위에서 멈춰있었고 그때부터 재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그 시점에서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본다면 심적으로 많이 건강해진 것 같다. 여전히 내 다리는 감각이 없지만 처음 그때처럼 재활운동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언젠간 내 간절함을 내 몸이 알아차리고 다시 일어날 것만 같아서이다. 하지만 인생은 내 마음처럼 쉽게 조종되지 않는다. 난 또 한 번 수술을 했다. 꼬리뼈에 생긴 욕창이 골수염으로 진행돼서 전신마취 후 3시간가량의 수술을 하면서 3주 정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똑바로 누울 수도 그렇다고 옆으로 장시간 누워있을 수도 없었다. 한쪽 방향으로 오랫동안 누워있으면 그 부위에 또 다른 욕창이 생..

지난주 수요일 꼬리뼈 부근에 생긴 욕창 때문에 수술을 진행하고 8일째 되는 날이다. 매일을 엎드려있거나 옆으로 누워있어야 하는 탓에 행동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그래도 가만히 있기엔 너무 답답해서 엎드려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심리학 강의 듣기, 폰 게임하기, 영화보기 등 최대한 할 거리를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앉으면 안 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어제는 일주일째 변을 보지 못해서 겨우 몸을 추슬러 화장실을 다녀왔다. 오래 앉아있진 못해서 10-15분 정도로 빨리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다리도 한동안 근육을 쓰지 않아서인지 강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주변에서는 여유를 가지라고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하루아침에 하반신 마비가 되어버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재활..

우리 엄마는 나를 낳기 전 태몽을 꾸었다. 꿈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곧 태어날 나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 지혜롭고 남자다운 씩씩한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이라고. 나는 알지 못했다. 그것이 내가 들은 태몽이었다. 하지만 어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말이라 엄마는 부산으로 내려가 볼일도 보고 치과 예약이 잡혀 아빠가 대신 왔다. 우연히 아빠와 얘기 도중 나의 태몽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엄마의 태몽에선 어떤 할아버지가 아주 용감하고 똑똑한 남자가 태어날 것이니 잘 키워서 꼭 대성해라, 근데 한쪽 다리를 절고 있구나. 그 아이가 바르게 잘 자라도록 부모로서 책임을 다 해라'라는 말을 했다. 참 웃기지 않은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믿지 못했다. 운명이라는 건 개척할 수 ..

오늘은 새로운 병원으로 옮기는 날이다. 항상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마다 날씨운은 왜 이리 안 따라주는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지난번에 글에서도 말했듯 꼬리뼈에 있는 욕창(무감각 환자들은 피부가 쓸리면서 피부가 얇아져 구멍이 나거나 상처가 남) 부위를 깨끗하게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양산 부산대학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곳을 오니 작년 서울대학교병원에 있었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진다. 2개월이 채 안된 기간이었지만 수술 후 하반신 마비로 인해서 휠체어를 타고 하염없이 건물 주변을 돌았던 씁쓸한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그 이후로 대학병원을 다신 오고싶지 않았지만 결국 다시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동안 재활도 열심히 받았고 좋은 인연들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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