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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로운 병원으로 옮기는 날이다. 항상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마다 날씨운은 왜 이리 안 따라주는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지난번에 글에서도 말했듯 꼬리뼈에 있는 욕창(무감각 환자들은 피부가 쓸리면서 피부가 얇아져 구멍이 나거나 상처가 남) 부위를 깨끗하게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양산 부산대학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곳을 오니 작년 서울대학교병원에 있었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진다. 2개월이 채 안된 기간이었지만 수술 후 하반신 마비로 인해서 휠체어를 타고 하염없이 건물 주변을 돌았던 씁쓸한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그 이후로 대학병원을 다신 오고싶지 않았지만 결국 다시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동안 재활도 열심히 받았고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되서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됐다. 거의 1년 만에 다시 대학병원을 오게 되었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나름 병원 안에서 슬기롭게 잘 대처한 것 같다. 예전처럼 매일 쓰진 않지만 글을 쓰면서 주변인들에게 글재주가 좋다는 칭찬도 들었고 어쩌다 병원 간호사들에게도 알려지게 되면서 내 글을 읽어보기도 했다. 또 얼마 전에는 내 생일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많은 주변인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와 응원의 말도 많이 받아서 아직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긍정을 주는 사람들이 꽤나 있어서 난 참 복 받은 사람이구나 라고 느끼기도 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물론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나는 과거에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을 회상해서 현재의 나를 불행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한번 무너지는 순간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에 빠져들기 십상이기 때문에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좋든 싫든 나는 병원에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고 다시 걸어야 하며 예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꾸준한 컨디션과 몸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휠체어에 타고 있는 장애인 신세가 되었지만 이것이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바꿀 찬스라고 믿어야겠다. 절대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보기좋게 깨버리고 싶고 진단이 확신이 아닌 오진이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 몸속에서 아직 남아있는 어딘가의 신경이 다시 일어날 거라 믿고 싶다. 하루에 수십 번씩 바뀌는 기분 때문에 마음을 다잡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다시 내가 행복해지고 웃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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