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꼬리뼈 부근에 생긴 욕창 때문에 수술을 진행하고 8일째 되는 날이다. 매일을 엎드려있거나 옆으로 누워있어야 하는 탓에 행동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그래도 가만히 있기엔 너무 답답해서 엎드려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심리학 강의 듣기, 폰 게임하기, 영화보기 등 최대한 할 거리를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앉으면 안 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어제는 일주일째 변을 보지 못해서 겨우 몸을 추슬러 화장실을 다녀왔다. 오래 앉아있진 못해서 10-15분 정도로 빨리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다리도 한동안 근육을 쓰지 않아서인지 강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주변에서는 여유를 가지라고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하루아침에 하반신 마비가 되어버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재활..
우리 엄마는 나를 낳기 전 태몽을 꾸었다. 꿈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곧 태어날 나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 지혜롭고 남자다운 씩씩한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이라고. 나는 알지 못했다. 그것이 내가 들은 태몽이었다. 하지만 어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말이라 엄마는 부산으로 내려가 볼일도 보고 치과 예약이 잡혀 아빠가 대신 왔다. 우연히 아빠와 얘기 도중 나의 태몽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엄마의 태몽에선 어떤 할아버지가 아주 용감하고 똑똑한 남자가 태어날 것이니 잘 키워서 꼭 대성해라, 근데 한쪽 다리를 절고 있구나. 그 아이가 바르게 잘 자라도록 부모로서 책임을 다 해라'라는 말을 했다. 참 웃기지 않은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믿지 못했다. 운명이라는 건 개척할 수 ..
그동안 정들었던 서울에서의 인연들을 뒤로한 채 부산에서의 재활을 시작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이곳에서의 분위기도 적응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낯선 느낌이 있다. 대부분은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고 나와 동갑내기인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친구의 이름은 김민수. 이곳에서의 병원생활을 1년정도 했다. 그리고 다음 달이면 고향인 진주로 내려가 통원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다.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쳐 사지마비가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재활운동을 하고 있었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1% 가능성이 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은 얼마나 간절하고 절실할지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혼..
정말 인생은 알 수가 없다. 내가 휠체어를 타게 될 줄 상상도 하지 않았고 이렇게 장기간 동안 병원에 있을 줄 몰랐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을까?, 살면서 이렇게 노력해본 적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땀이 온몸에 흥건이 젖을 정도로 재활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난 후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글을 쓰고 있다. 지금껏 해왔던 것들이 아주 먼 미래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득 궁금해졌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남자 펜싱 에페 종목 금메달리스트가 된 박상영 선수가 했던 말이 한동안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9:13으로 뒤쳐진 상황 속 어느 한 관중이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내뱉자 박상영 선수가 되뇌면서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