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해가 지나가는 시간이 다가왔다. 병원에 있으면서 참 안 갈 것만 같았던 시간들이 생각보다 엄청 빠른 속도로 지나간 듯하다. 나는 지난 일 년 동안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행동했을까? 참 다사다난했건 한해였다. 그냥 단순하게 다리가 뻣뻣해진 게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했던 생각들이 떠오른다. 사실 그것은 내 몸에 대한 일종의 경고신호였을지도 모른다. 26살부터 시작했던 나의 재활치료도 어느덧 27살이 지나 28살을 향해 가고있다. 어쩌면 한없이 추락할 수 있었던 내 마음과 생각들이 잘 버텨내 준 것 같아 고마웠다. 이렇게 오랫동안 병과 싸운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떠올려보니 사람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겉으로 티내진 않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쳐다..
양력 8월 26일. 나의 생일이다. 병원에서 맞이하는 첫 생일치곤 과분한 관심과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그동안 자주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생일 축하 연락을 받았고 주변에서도 응원의 말들을 많이 해주었다. 사회로 못 나간 지 10개월 정도가 되었고 한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어제 우연히 나혼자산다 재방송을 보는데 작가 겸 방송인이었던 허지웅 씨가 나왔다. 그는 악성림프종이라는 희귀병인 암에 걸려 지난 1년 동안 총 6차례 항암치료를 받았고 그 기간 동안 음식도 제대로 섭취도 못하면서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고 했다. 뱃멀미에 100배 정도의 속 쓰림과 멀미를 오랫동안 하면서 몸이 점점 죽어갔고 더이상의 살고싶은 생각이 없을만큼 절망과 나..
지금의 나는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오랜 기간 동안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엊그제 같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나의 과거를 상기시켰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허함과 절망감에 빠져 허우적 됐던 지난날에 나는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때보단 확실히 지금이 많이 회복되었다. 매일 거울을 보며 나의 몸상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힘을 기르기 위해 나름대로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리며 운동을 한다. 휠체어에 앉기만 해도 어지럽고 속이 매스껍던 작년이 떠오르면서 지금의 나와 비교해보니 정말 많은 노력을 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신경이나 감각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회복되는 것이 아니였다. 내 인생에서 하반신 마비라는 단어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해진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그만큼의..
혼자 이겨내야 하는 재활치료. 아무리 남들이 도와주고 노력 한다한들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절대 이루어낼 수 없다. 지난가을부터 지금까지 온갖 고된 치료를 받으면서도 항상 평정심과 초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시작되는 요실금 문제, 장마로 인한 컨디션 난조 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 한 번씩 친구들이 면회를 와서 날 보며 하는 말은 '야, 너는 휠체어만 없으면 하나도 안 아픈 사람처럼 보여'라고 한다. 그만큼 내가 열심히 몸 관리를 한 덕분일 수도 있다. 매일을 악바리로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이런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어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한숨이 푹 나온다. 거울에 비친 나를보면 당장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내가 보이는데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딱 일주일만이라도 시원하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