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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오랜 기간 동안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엊그제 같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나의 과거를 상기시켰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허함과 절망감에 빠져 허우적 됐던 지난날에 나는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때보단 확실히 지금이 많이 회복되었다. 매일 거울을 보며 나의 몸상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힘을 기르기 위해 나름대로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리며 운동을 한다. 휠체어에 앉기만 해도 어지럽고 속이 매스껍던 작년이 떠오르면서 지금의 나와 비교해보니 정말 많은 노력을 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신경이나 감각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회복되는 것이 아니였다. 내 인생에서 하반신 마비라는 단어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해진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다. 세계적인 기업가나 백만장자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졌을까? 그렇지 않다. 분명 그들도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었지만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노력해서 정상의 위치에 도달했을 것이다. 

 

나 또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매일 상상하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한다. 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주변 친구들 없이 혼자 지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의 나는 초라했고 엄마가 떠먹여 주는 밥을 먹는 갓난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그때부터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남이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든 나의 의지로 노력을 해야 하나씩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옷 입기부터 화장실 가기, 스스로 휠체어에 앉아서 다른 지점에 앉기 등 많은 것들을 배웠고 완벽하게 내 걸로 만들기 위해 정말 밤낮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렇게 지겹도록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한 결과 지금은 혼자서 웬만한 일상을 스스로 하는 법을 터득했다.

 


지금까지 잘버텨온 내 몸아, 너무 고맙고 꼭 다시일어나서 행복하게 살아보자

언젠간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 미루고 미루다 지금에서야 써본다. 많이 늦었지만 노력해준 나의 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TO.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지석아. 참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고 있구나. 지난 9개월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재활을 했고 좋은 싫든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와줘서 정말 고마워. 사실은 울고 싶을 만큼 힘들 때도 있었고 작은 소리 하나에도 예민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었어. 나를 통제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진 않더라. 사람이 밑바닥까지 내려갔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너무 무겁고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 것 같았어. 

 

무서웠지. 다시 못 일어날까 봐. 남들처럼 직장도 다니고 연애도 하고 친구들과 노는 모든 일상들이 사라질까 봐 너무 무서웠어. 남들의 시선 따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되더라. 그렇지만 지금까지 너무 잘 달려와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더 좋아질 거라 믿으니까 한결 마음이 편해. 언젠가 이 글을 내가 다시 읽게 된다면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 덤덤하게 "수고했어,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끝을 알 수 없지만 분명 끝이 보일 꺼야. 지금처럼만 한다면 미래의 너는 주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될 거야. 내가 누군가를 존경하듯 또 다른 누군가가 나의 모습을 존경해주고 손뼉 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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