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서 이 닦으러 화장실에 간다. 간단한 세안과 양치를 하면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표정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그냥 무표정이라고 할까. 아무 감정을 느끼지 않는 로봇처럼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생각해보면 이곳에서 하루에 말을 크게 많이 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6인실에 있으면서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들끼리는 서로 대화도 하고 시끌벅적한데 나는 그러질 못한다. 대부분 다 어르신들이고 굳이 그들과 섞여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래도 한 가지 고마운건 친구들이 주말마다 한 번씩 면회를 온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해져서 면회는 일절 금지이지만 병실 안까지는 안 들어오고 건물 내에서는 만날 수 있다.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은 나의 일주일 중 가..
지난주 수요일 꼬리뼈 부근에 생긴 욕창 때문에 수술을 진행하고 8일째 되는 날이다. 매일을 엎드려있거나 옆으로 누워있어야 하는 탓에 행동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그래도 가만히 있기엔 너무 답답해서 엎드려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심리학 강의 듣기, 폰 게임하기, 영화보기 등 최대한 할 거리를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앉으면 안 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어제는 일주일째 변을 보지 못해서 겨우 몸을 추슬러 화장실을 다녀왔다. 오래 앉아있진 못해서 10-15분 정도로 빨리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다리도 한동안 근육을 쓰지 않아서인지 강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주변에서는 여유를 가지라고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하루아침에 하반신 마비가 되어버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재활..
우리는 한 번씩 원하는 목표를 이뤘을 때의 쾌감과 흥분을 상상하곤 한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서 어떻게 돈을 쓸지, 몰래 짝사랑하던 사람이 사실은 나를 좋아했을 때 등 많은 것들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단연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일 것이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걸어 다니면서 운동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이브도 실컷 하면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날을 상상한다. 그렇다면 생각이 현실로 바뀌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단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도해보고 천천히 한단계씩 올라가는 것이 있을 것이다. 탄탄한 근육질 몸을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의 운동량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행복한 상상일 뿐, 실제로는 작심 3일에 그치게 된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바..
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남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될 때일까 아니면 나의 일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부와 명예를 얻은 순간일까.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빛날 때는 아무런 집착과 구애를 받지 않고 오로지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고 그때의 추억과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둘도 없는 친구가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사람에 대한 소유욕이 있었다. 내가 알고 지낸 친구들은 꼭 나와 함께 있어주길 원했고 그들이 나를 소홀하게 대하면 화가 났고 크게 서운했다. 혼자 덩그러니 있으면 아무도 내편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아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면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렇다 보니 남의 생각과 의견을 더 중시하게 됐고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