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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서 이 닦으러 화장실에 간다. 간단한 세안과 양치를 하면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표정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그냥 무표정이라고 할까. 아무 감정을 느끼지 않는 로봇처럼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생각해보면 이곳에서 하루에 말을 크게 많이 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6인실에 있으면서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들끼리는 서로 대화도 하고 시끌벅적한데 나는 그러질 못한다. 대부분 다 어르신들이고 굳이 그들과 섞여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래도 한 가지 고마운건 친구들이 주말마다 한 번씩 면회를 온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해져서 면회는 일절 금지이지만 병실 안까지는 안 들어오고 건물 내에서는 만날 수 있다.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은 나의 일주일 중 가장 재밌는 시간이다. 그때마다 나는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웃음, 걱정, 한숨, 기쁨 등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사실 나는 남들이 보면 되게 차갑고 딱딱해보인다고 말한다. 표정이 없어서일까. 평소에 짓는 표정들이 다른 이들이 보았을 때 많이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것 같다. 재활치료를 하면서는 담당 치료사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한다. 고맙게도 나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 순간은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핸드폰으로 나의 공감대를 찾아본다. 유투브, 1인 크리에이터의 재밌는 콘텐츠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곤 한다. 내 유일한 쉼터. 밖을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 줌의 단비 같은 존재이다. 만약 핸드폰마저 없었다면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바보같이 몇 년도 더 된 무한도전을 하루 종일 보고 있었을지 모른다.

 

집에 있을 땐 움직이는 것이 귀찮았다. 쉬는날만큼은 아무한테도 간섭받고 싶지 않았고 그저 침대에 누워서 폰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내가 병원에 오면서 달라졌다. 치료 일과가 끝나고 개인 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드러눕는 게 아니라 글을 쓰고 오늘의 이슈에 관련된 뉴스 기사도 읽어본다. 

 

언젠간 병원을 나가게 되기 때문에 밖의 상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바쁜 현대인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선 기본 상식이나 지식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과 만나면서 하는 대화가 나의 얼굴을 바꿀 수도 있다. 놀라움, 궁금함, 해답을 찾은 듯한 표정 등 많은 감정들을 느낄 것이다.

 


하루를 시작할 때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미소라는 것을 띄어보자.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다 웃는 표정을 지어봐야겠다. 내가 봐도 평일의 시간은 재활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딱히 재미를 찾기란 쉽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운동 등을 공유하기엔 내 나이 또래가 없다. 그래서 아쉽지만 노트북과 핸드폰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그곳에서의 재미를 찾아본다. 그리고 평소에 귀찮아서 하지 않았던 것들, 예를 들자면 독서라던지 요즘은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궁금한 것들을 검색해보고 공부해본다.

 

표정 짓는 건 돈 드는 것이 아니니까 조금만 노력해보자. 힘든 거 알고 모든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한번 삐끗하면 정말 멘탈이 날아가 버린다. 작년의 유난히 추웠던 서울대학병원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면 지금은 정말 마음도 몸도 좋아졌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샤워하기 전, 세안하기 전,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다가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면 한번 미소를 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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