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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해가 지나가는 시간이 다가왔다. 병원에 있으면서 참 안 갈 것만 같았던 시간들이 생각보다 엄청 빠른 속도로 지나간 듯하다. 나는 지난 일 년 동안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행동했을까? 참 다사다난했건 한해였다. 그냥 단순하게 다리가 뻣뻣해진 게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했던 생각들이 떠오른다. 사실 그것은 내 몸에 대한 일종의 경고신호였을지도 모른다.
26살부터 시작했던 나의 재활치료도 어느덧 27살이 지나 28살을 향해 가고있다. 어쩌면 한없이 추락할 수 있었던 내 마음과 생각들이 잘 버텨내 준 것 같아 고마웠다. 이렇게 오랫동안 병과 싸운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떠올려보니 사람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겉으로 티내진 않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아마 휠체어에 앉기 시작했을 무렵 때부터 일 것이다.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힘들고 어렵지만 보행기나 목발에 의지해 한 발씩 걸어가는 모습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라도 다시 걸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지나간 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기고 싶지만 후회가 되는 것이 있다. 조금만 더 빨리 와서 내 병을 발견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것이다. 보통 병원을 오는 이유는 특정부위가 아프거나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 온다. 근데 나는 아픈 것도 전혀 없었고 그냥 다리가 한 번씩 뻣뻣하다는 느낌과 더불어 걸음걸이가 약간 어눌한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말고는 없었다. 그것이 질병의 신호인 걸 알았다면 진작에 병원에 가 있지 않을까 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그동안에 나는 스스로를 체크해보지 못했다. 나의 몸상태는 어떤지, 어디가 아픈지 등 사소한 것들을 놓쳐 버렸다. 회사생활하느라 애인 만나랴 친구 만나랴 이런저런 변명 아닌 변명거리들이 나를 방치하게 만들었다. 건강의 소중함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아프고 나서야 깨닫는 걸까. 지금에서야 반성을 하고 나에게 집중하려 한다. 분명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인간에게 주니까. 지금은 힘들지만 묵묵히 잘 버텨내고 있으니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때를 기다려야 한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은 되돌아갈 순 없지만 그래도 남들만큼만 걸었으면 한다. 다시 뛸 순 없어도 앉은뱅이 생활은 하고 싶지 않다. 그건 스스로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속박일 테니까. 지나가는 시간들을 주워 담을 수 없어서 너무나도 아쉽다. 조금만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한다.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진전이 더디거나 멈추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신을 집중하고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고 있지만 만약 그 한계에 다다르게 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면 나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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