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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종양 재활일지

[재활일지] 그냥 내버려둘래

스물일곱청년 2020. 12. 12. 19:52

'나를 소중하게 대할 줄 알아야 남을 소중하게 대할 수 있다' 책에서 본 글귀가 떠올랐다. 우린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다양한 관계와 감정을 느낀다. 친밀감, 사랑, 배신 등으로 뭉친 것들이 우리를 마주치게 한다. 20살 땐 그런 것들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길 좋아했고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들이 재미있었다.

 

피해 주는 것도 싫어하고 피해받는 것도 싫어했던 나는 쉽게 상처도 받았다. 모두가 나를 좋아해 줄 순 없지만 나를 싫어했던 사람들에겐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 먼저 사과하기엔 자존심 상했고 제대로 된 얘기한 적도 없었다. 남의 감정 하나하나 살피기엔 너무 신경이 많이 쓰였고 한번 틀어진 관계나 사건에 대해서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혔다. 

 

왜 그땐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못했을까? 항상 내 기분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살피게 됬고 그러다가 나에게 원망의 화살이 돌아온 적도 있었다.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순 없고 그들만의 성격과 가치관이 있는데 나는 그걸 바꾸라고 했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굳이 남의 성격을 바꾸라고 고치라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게 편안하게 해 주었고 내 머릿속에 새로운 디톡싱이 되었다.

 

온갖 조롱과 비난보다 더 무서운건 무관심이다.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 굳이 그 사람의 속까지 들여다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는 나대로 살면 되고 또 많은 사람들과 섞이게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중에서 나와 맞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기면 된 것이다. 괜히 바꾸려고 하다간 내 얼굴은 찡그려질 것이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나를 믿고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는 그들이 항상 내 곁에있다는 걸 잊지말자.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명예가 아무리 높아도 뒤돌아보면 아무도 곁에 남아있지 않은 사실은 참 서글프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만큼 가치있는 존재는 없다. 나를 싫어하면 그냥 내버려 두자. 신경 쓸게 다른 것도 많은 데 굳이 뭐하러 쓸데없는 감정노동을 하는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는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느낀다. 장애인으로서의 삶과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받고 있고 다시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도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 다시 걷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것들을 노트에 하나씩 적어본다. 그것이 내가 쓰는 첫 버킷리스트가 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강한 느낌이 든다. 다시 사람들과 섞이면서 많은 감정을 공유하고 그것들을 내 장점으로 만들 것이다. 지금은 비록 앉아있지만 높은 곳에서 다시 넓은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그리고 묵묵하게 이 시간을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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