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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남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될 때일까 아니면 나의 일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부와 명예를 얻은 순간일까.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빛날 때는 아무런 집착과 구애를 받지 않고 오로지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고 그때의 추억과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둘도 없는 친구가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사람에 대한 소유욕이 있었다. 내가 알고 지낸 친구들은 꼭 나와 함께 있어주길 원했고 그들이 나를 소홀하게 대하면 화가 났고 크게 서운했다. 혼자 덩그러니 있으면 아무도 내편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아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면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렇다 보니 남의 생각과 의견을 더 중시하게 됐고 내 생각 따윈 할 겨를이 없었다. 혹여나 내가 한마디하는 말들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어 나를 멀리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녔던 내모습이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군생활이었다.

 

 


참을성도 부족했고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생활관에서 몸을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내 의견과 지휘관들의 통솔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했다. 대충 얼버무리는 말 따윈 단체생활을 하는 전우들에게 지옥이었다. 그들을 우리는 관심사병이라고 불렀고 문제아라고 손가락질을 해댔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자기주장과 내 옆 동기들과 협동심을 발휘해서 해야 하는 훈련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느꼈던 것은 내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여 그들이 때로는 수긍을 했을 때의 뿌듯함과 굳이 친한 친구들을 찾고 의지하지 않더라도 나를 의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과 그들이 나를 보며 웃고 필요로 한다는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들이 나를 받아주고 섞이는 것.

전역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군생활이 가끔씩 떠오른다. 적절한 시기에 남자라면 가야 했던 국방의 의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들어갔던 21개월의 군생활이 내 인생에서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내 모습들을 꾸밈없이 보여주는것, 상대방을 존중하고 내 생각과 의견도 존중해주는 그들과 동화되어 삶을 살아갈때가 가장 빛이 난다.

 

지금은 혼자서도 내가 할 수 있는것들을 찾아보고 시도해보는 습관을 가지려 한다.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던 나혼자의 삶,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는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들이 나를 더 건강하고 성장시킨다. 하루아침에 암으로 인해 하반신마비가 되어버린 내가 유일하게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은 나를 되돌아보는 것, 다시 일어서서 사회에 나가면 해야할것들을 차분히 준비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매일을 지겹도록 재활운동에 반복이지만 이순간 또한 내 인생을 더 빛나기 위한 단계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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