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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문장이 있다. 나는 줄곧 지금까지 저 말을 지키면서 재활운동을 해왔다. 미래를 생각하기엔 너무 멀게만 느껴지고 수많은 잡생각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하지 않으려 한다. 순간의 선택과 집중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실천이 또 있을까?

 

그러나 때론 큰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서 무리하면서까지 운동을 할 때면 다음날 손목이 지끈거리고 어깨가 결린다. 최근에는 내가 정한 하루의 목표를 해내기 위해서 내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한다. 그렇게 나의 강박관념이 조금씩 생겼고 정해진 루틴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왠지 모를 불안함이 내몸을 지배했다.

 

 


그럴 때마다 글을 쓰려 노력한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철저한 나의 시간이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솔직해진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어떤 동작을 수행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머릿속으로 되뇌어보면서 개인 운동을 하는 시간에 시도해보면서 도움이 되는 자세들을 나름대로 연구해본다.

 

나에게 나무는 '신체의 회복'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내 몸이기 때문에 매일 점검한다. 허리 근육은 어느 정도 쓸 수 있으며 팔은 얼마나 올라가고 다리에 힘은 얼마나 느낄 수 있는지를 매일 체크해본다. 이런 습관들이 나를 더 냉정하게 판단하게끔 하고 반성하며 성장한다. 하지만 이로 인한 단점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에 대해서 조급해하고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너무 앞만보는 거 아니냐 니몸은 니가챙겨야지. 오늘만 살꺼냐.

그렇다면 나에게 숲은 무엇일까? 건강한 신체가 나무라면 아마 숲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강한 의지'가 아닐까 싶다. 재활운동은 단기간에 급속도로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몇 년 정도 기간을 두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자고 눈뜨면 내 몸이 알아서 스르륵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처음엔 나도 막막하고 포기하고 싶었다. 매일을 죽을 듯이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회복의 기미가 나를 위축시키고 더 깊은 절망으로 빠지게 했따.

 

하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긴 마라톤을 한다고 생각해보면서 운동을 해보니 한결 편안해졌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나는 너무 급해 보였고 뭔가에 쫓기듯이 하는 거 같아서 걱정된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 말을 들은 후 내 마음에도 여유를 주었다. 여태껏 나 혼자서 운동을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운동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옆을 바라보니 나와 비슷한 환자들은 또 다른 운동법으로 자신의 몸을 단련하는 것을 보았고 그것을 배우면서 더 많은 운동법을 알게 되었다.

 

경주마처럼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렸던 지난날을 뒤로한 채 잠시 휴식하면서 내가 몰랐던 부분을 물어보고 내 걸로 만들어보니 도움이 됐다. 때로는 힘들 때 손을 뻗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내일은 또 다른 환자들이 어떤 새로운 운동을 할까? 보고 듣고 배워서 내 걸로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하다 보면 분명 희망의 길이 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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