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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요일 꼬리뼈 부근에 생긴 욕창 때문에 수술을 진행하고 8일째 되는 날이다. 매일을 엎드려있거나 옆으로 누워있어야 하는 탓에 행동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그래도 가만히 있기엔 너무 답답해서 엎드려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심리학 강의 듣기, 폰 게임하기, 영화보기 등 최대한 할 거리를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앉으면 안 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어제는 일주일째 변을 보지 못해서 겨우 몸을 추슬러 화장실을 다녀왔다. 오래 앉아있진 못해서 10-15분 정도로 빨리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다리도 한동안 근육을 쓰지 않아서인지 강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주변에서는 여유를 가지라고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하루아침에 하반신 마비가 되어버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재활뿐이었다. 그런데 그걸 못하게 되면서 점점 걱정은 늘어만 갔다.

 


바깥의 세상은 어떨까. 병원에만 있다 보니 매일이 똑같다. 눈을 뜨면 병실이고 다시 밤이 되어 눈을감는순간에도 같은 공간이다. 마치 정신 멀쩡한 식물인간이 된 것만 같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지냈었다. 침대에 붙어있다 보니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렇다고 친구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하기도 싫다. 암만 싫은 소리, 힘든 소리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 어제는 오랜만에 같이 치료를 받았던 형에게 연락이 왔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곧 있으면 퇴원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재활한 지 2년이 넘었고 심리적으로도 지친 상태라 이젠 사회복귀를 준비하려는 것 같았다. 물론 통원치료를 받게 되지만 이전처럼 눈을 뜨고 잘 때까지 운동은 할 수 없다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없기에 걱정이 된다. 재활운동 자체가 기약이 없을뿐더러 예전처럼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나는 의학적인 결과는 믿지 않는다. 내 의지가 있고 다시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길면 3주 동안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은 기간도 지금처럼 똑같은 하루를 보낼 텐데 그때까지 내 마음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딱히 통증도 없고 수술을 하고 나서도 하체 감각이 없어서 아픈지도 모르겠다. 겉만 보면 멀쩡한데 속은 이렇게도 까맣게 타들어간다. 잠도 쉽게 오질 않는다. 나보다 더 아픈 이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1년의 재활 기간 동안 정말 매일을 열심히 살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땀을 흘렸고 다시 예전처럼 걸어 다니는 상상을 하며 힘든 훈련들을 받아왔다. 그동안의 노력들이 다시 빛을 발하는 날이 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깨끗이 수술부위가 괜찮아지면 다시 서서 걷는 연습을 할 것이다. 없는 감각과 신경이라도 꾸준한 자극은 다시 나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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