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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뭘 써야 할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하던 분들을 위해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사실 한 달 전 욕창 수술을 하고 난 뒤 약 4주간을 엎드린 채로 보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운동도 하지 못하고 점점 다리는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다시 걷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마치 다 타버리기 일보직전인 성냥개비 같았다. 그렇게 거의 한 달이 지나고 우리 동네에 있는 나름 큰 재활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긴 시간을 묵묵히 버틴만큼 다시 한번 힘을 내서 재활을 하리라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기존에 남아있던 엉덩이 부위의 염증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게 되어 약 39도의 고열에 시달렸다. 그렇게 하루에 4번의 향생제 투여와 2리터가 넘는 수액을 맞으면서 컨디션은 그야말로 바닥을 기는 수준이었다. 

 


대소변 관리도 전혀 되지 않았다. 감각이 없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대소변을 빼줘야 하는데 엄청난 수액의 양으로 인해 방광이 감당할 수 없었다. 어쩔 땐 2시간도 채 안되서 바지가 축축할 만큼 젖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설사까지 나와버렸다. 이 기분을 누가 감히 느낄 수 있을까. 내가 아닌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감각도 없어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가혹한 현실의 벽에 다시 일어설 것이다라는 나의 다짐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누워서 생각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병원바로앞에 눈에 보이는 우리 집이 보이면서 힘이 점점 빠져갔다. 내 방에 누워본지가 1년이 넘어서 그런가 그냥 내방으로 가고 싶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걸어 다니는 행복한 꿈을 꾸고 싶었다. 눈을 뜨면 막막한 현실과 마주할 테니까. 겨우 27년밖에 살지 못한 내게 너무나도 가혹한 시련을 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힘들 땐 기도를 하라던 엄마의 말도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서 드러누워버리면 남은 내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누구도 나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온갖 스트레스와 고난의 연속인 내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을 했다. 묵묵하게 걷는것. 지금 할 수 있는 모든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나의 모든것을 쥐어짰다. 처음엔 엄마의 도움으로, 치료사의 도움으로 보조기와 보행기를 잡고 간간히 움직였던 내가 지금은 혼자서 걸을 수 있을정도로 좋아졌다. 오늘은 물리치료를 받는 도중에 나를 담당하던 치료사가 다리를 한번 쭉 밀어보라고 해서 밀어보았더니 오른쪽 다리에 미는힘이 분명하게 느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거의 다타버린 작은 불씨가 조금씩 살아나는 듯 했다.

 


연습 그리고 또연습, 나중에 후회하기 싫어.

언젠가 만약 내가 다시 남들처럼 걷게 된다면 무슨 느낌이 들까. 그동안 쉬면서 유투브나 여러 척수환자들의 인터뷰 영상이나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봤다. 누구는 1년6개월만에 다시 서게됬고 또다른 누구는 전신마비에서 상반신을 움직일 정도까지 만들었다. 나도 그들처럼 성공한 재활의 한 케이스가 되고 싶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하는건 끝없는 반복과 연습뿐이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테니까. 내몸이 다시 예전감각을 깨달을때까지 끝없이 자극을 줘야한다. 나는 내 감각들이 잠시 잠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깨워서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나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낙엽이 후두둑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작년 이맘때쯤에 서울대학병원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던 때가 생각났다. 시계탑 오른쪽에 떠있는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앞으로 어떻게살아가야할지 막막하고 고통스러웠을 때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날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일년이 훌쩍 지나버린 시간이 야속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금씩 좋아지는 내 몸을 바라보며 할 수 있다는 다짐을 다시 잡게된다. 목표는 남은 일년. 최소한 지팡이라도 짚고 도움없이 걸어다니기 위해 미친듯이 재활에 몰두한다. 나의 땀한방울과 피나는 노력이 다시 나를 일으켜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나는 내일있을 재활운동을 생각하며 마비된 내몸에게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라는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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