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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는 건 뭘까. 스스로를 책임지고 세상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것이 어른인 걸까. 해가바뀌고 나이를 먹으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해본다. 20대의 청춘을 병원에서 보내는 것이 얼마나 안타깝고 처량한 일인가. 나는 1년째 이곳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땀을 흘려가며 재활을 한다.

 

처음엔 아무생각도 하지말고 그냥 다시 걷기위해서만을 목적으로 운동을 했다. 그때의 나는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만약 걷지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떤 목표를 위해서 나아가야할지 앞이 보이질 않았다. 마음이 성숙해지기까지 참 오랜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남들처럼 초중고를 졸업하고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뒤 비교적 빠른 취업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사회생활의 첫시작이 비교적 무난했고 직원들간의 호흡도 좋았다. 조금 더 배워서 회사에 필요한 인재가 되고 싶었던 나는 나의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매번 고민했다. 광고회사와 스타트업(에어비앤비와 같은 중장기 숙박플랫폼 회사)에 입사하여 맡은 포지션은 고객관리(CS:Customer Service)였다. 그곳에서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의 중간자입장에서 원할한 서비스이용을 위해 힘썼다.

 

아마 지금까지 내가 아프지않았더라면 조금 더 발전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원들의 하루는 대부분 비슷했지만 반복됬던 일상이라도 그때의 기억이 참 소중했다. 내가 어떤것에 열중하고 집중하여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름 뿌듯했고 성취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다시한번 기회를 준다면 난 이전의 삶보다 더 발전적이고 성숙한 어른이 될 자신이 있다. 우스겟소리로 내가 서울에서 또래들과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다시 걸어다닐수만 있다면 똥도 풀 수 있을꺼야' 라고 말이다. 나보다 더 마비가 심했던 동생과 형들도 있었고 2년넘게 병원생활을 했지만 겨우 휠체어를 밀 정도의 기능밖에 남지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어른이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의지 또한 대단했다.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엔 꼭 더 좋아져서 보길.

병원에서의 하루는 똑같아도 내 마음은 더 성장한다. 밖을 나갈 수 없어도, 친구들을 만나기 힘들어도 혼자있는 이 시간이 언젠간 나의 삶에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 주변에 나와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은 없으니까. 오히려 나는 특별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더 아픈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그들의 마음과 내 마음을 공유하면서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같은 과거의 후회를 뒤로하고 그들은 서로서로 앞으로 나아갈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비록 지금은 몸이 묶여있지만 지긋지긋한 휠체어생활을 반드시 졸업하리라 라는 강한 의지가 내 머릿속을 각성시킨다. 물론 그동안은 사회로 다시 나갈 준비를 하면서 평소 궁금했던 분야의 공부도 하고 시사상식이나 뉴스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한다.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나는 병원에서 빈틈없이 채워나가고 있으니 지금처럼만 한다면 되지 않을까 한다. 어른의 의미는 정의하기 어렵지만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나를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과거의 후회가 아닌 미래의 계획과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어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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