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람이 언제 가장 절망을 느낄까? 부와 명예를 모두 잃어버리는 것일까 아니면 수많은 질타와 비난을 받을 때일까? 두 가지 다 인간이 슬픔과 아픔을 느끼기엔 충분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고통은 바로 무관심이다. 2020년도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올해를 되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서울시장 박원순의 자살과 유명한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로 인한 충격과 수없는 논란거리들이 오갔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벗은 참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쩌면 복잡하고 매일이 전쟁같은 하루에 한 줌의 단비일 수 있다. 어떤 이는 가장으로써 직장에서의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묵묵히 일할 수밖에 없는 서러움을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일 수 있다. 그것이 돈이나 물질적인 것이 아닌 내 마음을 털어놓음으로써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다.

 


나는 한동안 주변인들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아마 3-4개월 정도는 그랫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더 힘들어할까 봐. 친구들은 밖에서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으니까. 괜히 연락해봤자 하는 말은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 기간 동안은 오로지 나에게 집중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철저하게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부산에 내려오게 되면서부터 한두명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만나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무슨 주제를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다. 살면서 누구를 만나는 것이 이렇게 망설여진 적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막상 친구들을 만나다보니 내 얼굴은 웃음이 가득했다. 나는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고 그들도 나에게 바라는 것이 아니니까. 정말 오랜만에 내 또래들과 잠깐이나마 긴 얘기들을 시원하게 할 수 있었다.


혼자서 이겨낼 수 없다면 가끔은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도 좋은방법이다. 내가 아프고 몸이 불편하더라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까. 그냥 평소 대하듯이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욕도하면서 말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그 순간만큼은 아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내 모습이 그렇게 보였다.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재활에 몰두하면서 크게 웃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매일같이 땀을 흘리고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바라보면서 언제쯤이면 다시 힘이 돌아올까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힘든것을 남에게 쉽게 말하고 싶진 않다. 그냥 덤덤하게 이래서 조금 힘들었고 저래서 견딜만했다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척수손상으로 휠체어에 앉게 된 내 주변 사람들은 적어도 내 마음에 반이상은 공감할 것이다. 힘든 얘기가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내뱉고 아무 연관도 없는 이야기를 해도 좋다. 그만큼 나도 편하고 그들도 편하기 때문이다. 곁에 있는 소중한 인연들은 정말이지 돈보다 명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 나만 뒤쳐지는 느낌은 주변을 돌아보면 알 것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