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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종양 재활일지

[재활일지] 넘을 수 있다

스물일곱청년 2020. 11. 26. 19:59

작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 몸상태를 수시로 체크한다.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치료법을 시도해봤고 과정이나 결과들을 적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매일 고민했다. 메모를 하는 습관이 생긴 후 지난 기록들을 뒤져보면서 나는 어떻게 병원생활을 해왔는지 되짚어보게 되었다. 

 

처음엔 휠체어에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장시간 수술과 전신마취로인해 폐가 수축이 되었고 오랫동안 누워있다가 몸을 세우니 혈액공급도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2-3주 동안은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동반되어 고생을 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정말로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물론 만족할정도의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보조기와 보행기를 이용해서 단독으로 걸을 수 있을 정도까지 만들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지하나로 지금까지 재활운동을 하면서 나 스스로 많은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다. 남들 쉴 때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려고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나를 각성시켰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걸어 다니는 상상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 감각도 힘도 없는 다리를 붙들면서 억지로 사다리에 매달려 서있는 자세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평행봉을 양팔로 잡고 다리를 뻗는 상상을 하면서 움직이는 연습도 했다.

 

남들은 걷는것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나에겐 커다란 벽으로 느껴졌다. 나도 멀쩡했을 땐 걸음걸이에 거의 신경을 써보지 않았다. 회사 다니랴 학교생활하랴 변명이지만 바쁜 세상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잊혀졌다. 그런데 장기간 재활 기간을 거치게 되면서 움직이는 자세와 교정 등 평소에 좋지 못한 습관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고치려 노력했다.

 

가끔은 정말 힘들때도 있었다. 암만 노력하고 피와 땀을 흘려도 한계의 벽을 넘지 못할 때, 더 이상 남아있는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만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병원 생활하면서 만났던 소중한 사람들과 고충을 나누고 좋은 말씀들을 들으면서 위안을 삼았다. 엄마도 항상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고 나는 묵묵히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재활운동을 했다.

 


다시 일어선다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할까.

앞으로 얼마나 걸릴진 몰라도 다시 일어선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할까 고민해본 적이 있다. 물론 이런 행복한 상상은 매일 하고 싶지만 바쁜 재활 스케줄 탓에 운동 후엔 녹초가 되어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느끼고 꿈꾸던 것들을 글로 기록하면서 다시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럴 때마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고 응원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받은 만큼 꼭 보답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조급하고 불안할때마다 재활을 하면서 잊으려 한다. 뭐라도 손에 잡히는 것들을 하나둘씩 해보고 그동안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본다. 경제의 흐름, 돈을 버는 방법, 심리학 공부 등을 하면서 잡생각을 잊는 노력을 한다. 조금 더뎌도 하나씩 완벽하게 하고 넘어가자라고 마음을 먹고 한다. 이곳에서의 오랜 시간이 앞으로 내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방향을 잡아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경험은 누구도 쉽게 할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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