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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가 잔잔하게 다가왔다. 병원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한두 달 전에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가벼운 외투를 걸쳤는데 어느덧 두툼한 패딩을 입고 목도리를 둘러 겨울이 왔다는 신호를 알게 되었다. 돌아보면 참 빨리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속으로 많이 울었었고 외적으로도 많이 아팠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좋아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직 힘들지만 감각이 없는 하체에 조금이라도 자극을 더 주기 위해서 매일 1시간씩 걷는 연습을 하고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샤워하고 병실에 누워서 내 다리를 보면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발가락에 힘도 줘 보고 무릎도 구부려보지만 아직인가 보다.

 


기회라는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 매일을 최선을 다한다.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하고 운동하면서 1년 동안 매 순간 집중했다. 병원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좋은 예후에 대한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병원도 별기대하지 않았는데 다리에 힘이 조금 들어간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한 달 전 수술로 인해 한 달을 거의 누워있어서 몸의 근육과 밸런스가 맞질 않았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힘이 있다고 하니 기분은 좋았다.

 

초기 재활을 하면서 휠체어에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9시간에 걸친 대수술과 많은 피를 흘린 탓에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어지러웠고 머리를 감으러 고개를 숙이다 몇 번 빈혈 증세가 오기도 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시계탑 옆에 보이는 둥근 보름달뿐이였다.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나를 애써 위안하려 했었다. 그때가 딱 이맘때쯤이었으니까 오늘따라 그 순간이 눈앞에 자꾸만 아른거린다.


겨울이 성큼다가왔다. 작년에 나는 겨울보다 더 얼어붙고 차가운 마음이였다.

한 달 전 했던 욕창 수술도 잘 아물었고 거의 3주가 다되도록 맞았던 항생제와 수액을 떼고 다시 본격적으로 재활에 돌입했다. 그동안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매일이 컨디션 난조였다. 대소변 문제, 이곳저곳 찌르는 바늘 때문에 성할날이 없던 몸으로 인해서 짜증도 났고 한숨으로 하루를 채웠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다시 온전하게 재활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살려서 지금보다 더 좋아진 모습이 되고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통제된 병원과 오늘부로 3단계 격상으로 인해 부산은 위험지대에 노출됐다. 철저하게 고립되어있기 때문에 많이 갑갑하지만 지금 시기를 잘 버텨준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생길 것 같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치료사 선생님들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하니 걸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다시 예전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 만나고 싶은 친구들,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서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더욱 성숙하고 아프지 않은 모습으로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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