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척수종양 재활일지

[재활일지] 꿈을꾸다

스물일곱청년 2020. 12. 3. 19:16

요즘 한 번씩 꿈을 꾼다. 입원생활을 하면서 꿈을 꿔 본적이 몇 번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 자고 일어나면 또렷하게 꿈의 내용이 생각난다. 이틀 전에는 꿈에서 소위 말하는 '똥꿈'을 꾸었다. 배가 살짝 아파서 괄약근에 힘을 주었더니 엄청난 크기의 변들이 나왔다. 그렇게 계속 꿈을 이어서 꾸다가 깼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꿈도 꾸었다. 궁금해서 인터넷에 쳐보니 키가 크는 꿈이라고 했다. 근데 왜 자꾸 꿈을 꾸는 것일까 궁금했다.

 

잠을 깊이자지 못해서일까. 자고 일어나면 피곤한 건 없다. 간혹 깊은 수면에 빠지지 못하기 때문에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에는 늦게까지 눈을 뜨고 있어서 잠을 새벽에 자더라도 다음날 크게 피곤하거나 재활운동을 할 때 방해가 되진 않는다.

 


혹시 내 몸에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치료사 선생님들이 좋은 말을 해주신다. 다른 재활병원을 여러 군데 돌아다녀봤지만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해봐라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 하체에 힘이 느껴진다는 말과 허리 힘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으니 눈에 보이진 않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일 수 있지만 왠지 그 말을 들으니 정말로 다시 일어날 것만 같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바깥세상은 대부분 멈춰있다. 만약 바이러스없이 평범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면 심적으로 더 힘들지 않았을까. 다른 친구들은 직장생활도 하고 힐링도 하고 술 한잔씩도 하면서 각자의 행복을 누리고 있었을 텐데 나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일상을 되찾는 건 그리 어려운일도 아닐 것 같다.

스스로를 믿고 주변에서도 많은 기도와 응원을 해주기 때문에 요즘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좋은 치료사 선생님들 덕분에 느리지만 나날이 몸이 좋아지는 것 같다. 병원 분위기도 심각한 코로나 바이러스치곤 다들 웃으면서 긍정적인 하루를 버텨 나간다. 나도 그들과 함께하면서 큰 힘을 얻는다. 2020년의 마지막 12월을 보내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들을 곱씹어 본다. 앉아서 휠체어조차 타지 못했던 내가 조금씩 걸을 수 있는 힘까지 만들었던 것은 나의 노력도 있지만 우리 가족과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 때문에 버텨왔다. 마지막 달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반드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오늘도 다짐하며 글을 적는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