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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종양 재활일지

[재활일지] 247

스물일곱청년 2020. 11. 22. 18:55

하루는 24시간. 1분은 60초 한 시간은 3600초 매 순간마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있다. 누구는 입시 준비를 위해 반나절 이상을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업무 연장으로 인한 직장인들의 야근은 수도 없이 많이 한다. 그렇다면 나는 하루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남들에게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곱씹어 생각해보면 나의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서 아주 인상깊고 특별한 하루가 몇 월 며칠 몇 시간에 뽑으라 한다면 쉽게 떠오르질 않는다. 기억에 남는 일이나 정말 행복한 기분을 느꼈을 때는 알 수 있어도 그게 어떤 날이었는지 몇 시쯤에 느끼게 됐는지 알 수 없다. 

 

살면서 행복하고 기쁘거나 우울했던 기억은 떠올릴 수 있어도 하루중 어떤 시간에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다. 어떻게 하면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병원에서의 하루를 그날에 대한 일들을 일기로 남기거나 글로 쓸 때부터 조금씩 알게 되었다. 몇 시쯤에 다리 힘이 더 잘 들어왔고 며칠날에 컨디션이 안 좋아서 링거를 맡게 된다던지 등 세세한 일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수술을 하고난 뒤 한두 달은 정말로 나에게 하루는 아무 의미없는 시간이었다. 영구장애판정을 받고 그저 멍하니 병실 천장을 바라보며 빨리 밤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 2주, 3주가 지나면서도 어제 무엇을 했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쩌면 기억을 하기 싫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다음날 눈을 떠도 내 몸은 여전히 굳어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하루가 이렇게까지 길었던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만약 그 감정을 느꼈던 내가 지금까지도 멍하니 있었다면 아마 나는 온몸에 근육이 빠져 다리가 곪았을 것이다. 의사는 다시 감각이나 힘이 생겨도 하체나 허리 근육이 없어져버리게 된다면 걷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뒤부터 힘들지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온 힘을 다해 하루를 재활치료에 전념했던 것 같다.

 


몸이 불편하고 짜증나도 목표지점을 따라 느리더라도 꿋꿋하게 올라가보자

누군가 나에게 '재활치료를 매일하면 힘들지 않냐?'라고 물어본 사람이 있다. 물론 힘들다. 남들은 편하게 걸어다니고 어디서든 앉을 수 있고 몸이 좀 부대끼면 마음대로 자세를 바꿀 수 있지만 나는 2배로 시간이 걸린다. 병원 복도를 걸어 다니는 연습을 하는 것도 멀쩡한 사람이면 10초도 안 걸리는 거리를 나는 15-20분 동안 한 발자국씩 걷는다. 그렇게 걷고 나면 복도와 내 온몸엔 땀으로 흠뻑 젖는다. 살면서 이렇게 땀을 많이 오랫동안 흘려본 적도 처음이다. 걸을 땐 그냥 아무 생각하지 않고 걷는다. 힘들어도 한 번만 더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꼭 한 바퀴를 더 돌고 나서야 마무리한다. 그렇게 해야 내 마음도 편하고 내 몸도 건강해질 거라고 믿기 때문인 것 같다.

 

매일매일 생각한다. 갑갑한 병원을 벗어나 마음껏 걷고 뛰어다니면서 시원한 공기를 맡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치솟는다.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혼자서 재활을 한다. 재활치료를 매일하는 것은 나에게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정말 어려운것은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팔굽혀펴기를 100개를 해야 하는 목표가 생긴다면 100개를 할 때까지 쉬더라도 끝까지 해야 하지만 90개에서 도저히 못할 것 같아서 포기하면 그날의 하루는 아쉬움이 남는다. 목표의 벨런스가 무너진다면 뭔가의 아쉬움이 남고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괜한 걱정과 불안이 들기 때문이다. 하루의 루틴이 정해졌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매일같이 연습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더는 아프지 말고 내가 계획하고 상상했던 일들이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힘든 몸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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