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양력 8월 26일. 나의 생일이다. 병원에서 맞이하는 첫 생일치곤 과분한 관심과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그동안 자주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생일 축하 연락을 받았고 주변에서도 응원의 말들을 많이 해주었다. 사회로 못 나간 지 10개월 정도가 되었고 한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어제 우연히 나혼자산다 재방송을 보는데 작가 겸 방송인이었던 허지웅 씨가 나왔다. 그는 악성림프종이라는 희귀병인 암에 걸려 지난 1년 동안 총 6차례 항암치료를 받았고 그 기간 동안 음식도 제대로 섭취도 못하면서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고 했다. 뱃멀미에 100배 정도의 속 쓰림과 멀미를 오랫동안 하면서 몸이 점점 죽어갔고 더이상의 살고싶은 생각이 없을만큼 절망과 나락까지 떨어졌었다.

 


물론 나는 그만한 신체적인 고통은 없지만 심적으로도 아마 그와 비슷한 감정이였을 것이다. 본인의 쇠약해진 모습을 주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보면서 정말 공감이 되고 참 나와 닮은 것 같았다. 항암환자는 완치가 되려면 향후 5년간은 꾸준히 조직검사와 피검사를 주기적으로 하고 그 이후에 완치 판정을 받을 만큼 무서운 병이었으니까 아마 누구에게 기대기도 무서웠을 것이다. 내일이라도 당장 숨이 멎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완쾌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희망의 메세지들이였다고 한다. 그는 '따뜻한 말 한마디들이 모여서 나를 일어나게 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답을 해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힘든 치료를 꾸역꾸역 혼자서 버텨내지 않았을까.

 


창살없는 병원이라는 감옥에서 내가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원동력은 희망의 메세지가 아닐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크게 아파본적도 없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나름 몸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큰일은 정말 예상치도 못할 때 다가오는 것 같다. 부와 명예를 다 가지더라도 그들의 죽기 전 마지막 모습은 그저 자연과 시간의 흐름에 굴복하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정말 나는 건강에 대해서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끔찍한 생활이 반복될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나름 꽤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누나, 동생, 친구할것없이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고 희망을 받았다. 지금도 분명 혼자만의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잠시나마 한방에 싹 날아갈 정도로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비록 내가 하반신 마비일지라도 편견 없이 봐주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고 가족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몇 개월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이 나에게 주었던 희망을 꼭 재활에 성공해서 아픈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오늘은 참으로 행복한 날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