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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7개월 전만 해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살고 있었던 내가 어느덧 병원에서 4번째 계절을 맞이했다.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평범한 일상을 머릿속으로 생각했었다. 출근 준비를 위해서 시계를 보며 정신없이 준비하는 모습,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배꼽 빠질 때까지 웃으면서 노는 모습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런 일상을 잃어버린 내가 느꼈던 감정은 쉽게 표현할 수 없었다. 왠지 나만 세상에서 뒤쳐진 것 같은 느낌, 내 주변 사람들과 달리 멈춰버린 것만 같은 시간처럼 아주 길고 먼 터널을 혼자 가는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생각하기 싫었다. 내 모습을 부정했고 평생을 하반신 마비로 살아갈 용기가 없었다. 자고 눈뜨면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몇십 번씩 했었던 것 같다. 그땐 내 마음이 나약하고 두려움에 휩쓸려있던 때였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머리속만 어지러울 뿐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감정과 생각들이 나를 더 암울하게 만들었다. 아마 그때부터 불안한 마음을 책과 노래로 달랬었다. 혼자 있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했던 내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신이 있다면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시련을 준 것일까' 생각했다. 나가 충분히 버티고 일어설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던져주는 것이 아닐까했다. 그렇게 2~3개월 동안은 매일 같은 의문을 내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때부터 보란 듯이 다시 일어나서 나의 모습을 부정했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평생 하반신 마비로 살아야 한다는 말들이 오히려 나에게 오기와 도전정신이 생겼다. 수백 번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그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라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가고있는 길은 올바르게 가고 있는 길이야.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단지 길이 멀 뿐이지 잘못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가 걸리든 끝까지 완주한다면 그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 입원생활을 하면서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다. 내가 더 성숙해진 듯한 기분과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또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으니 잠시 쉬어가라는 하늘의 뜻일지도 모른다.

 

현재를 부정하지 말고 순응해서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습관을 만들면서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 엉덩이는 가볍게, 내 몸은 내가 직접 관리하면서 나를 뛰어넘고 싶다. 이 시련이 어쩌면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일 수도 절호의 찬스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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