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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상대방의 옷, 말투, 걸음걸이 등 다양한 것들을 본다. 카페에서 음료를 한잔 시키고 유리문 너머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와 다른 점들을 보고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린다. 

 

휠체어에 앉은후로부터 나는 줄곧 상대방을 더 집중력 있게 관찰했다. 제일 많이 보았던 것이 바로 걸음걸이였다. 나도 저렇게 걸을 때가 있었는데 하는 미련과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보다도 한참 나이가 많은 어르신도 잘걸어다니고 지팡이나 보행기로 도 엉금엉금 걸어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곤 한다. '분명 나도 다시 걸을 수 있겠지. 다시 걸으면 무슨 느낌이 들까?' 하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나 자신에게 기대하게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평행봉에서 보조기를 차고 1시간30분이상을 꾸준히 걷는다. 스스로 정한 연습량. 하루 30바퀴 왕복 걷기. 그 약속을 지키려 나와 싸운다. 그 순간만큼은 진짜로 내가 걷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발을 한 걸음씩 내딛는다. 힘들지만 나름 보람이 있다.

 

 


어느덧 여기 부산파크사이드 재활병원 생활도 한 달이 넘었다. 나름 친해진 치료사들도 있고 주변에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환자는 처음 본다 할 정도로 몰두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아마 손주뻘 되는 나를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동정심을 가질 것이다.

 

굳이 말을 하지않아도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들을 쳐다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나와 같은 또래 친구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주말에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 친구는 내가 너무 조급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눈에는 내가 굉장히 불안하고 빨리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애써 웃으며 아니라고 했지만 속으로 놀랐다. 한번도 이런 얘기를 한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하는 생각을 했다. 2년 넘게 병원생활을 한 친구는 아마 나보다 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을 봐왔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꼭 그럴것이다

각자가 상대방을 바라보는 모습은 다를 것이다. 수천수만가지의 생각을 하고 나도 모르게 그들과 비교할 것이고 희망 혹은 절망의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비교하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 내가 그들보다 뒤처진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나를 더 나락으로 빠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 친구도 나의 이런 모습 때문에 조급해 보인다 라고 말을 했었을 수도 있다.

 

지금이야 어찌됬든 재활운동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 게으르게 치료를 받지 않았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급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눈에 내가 조급해 보인다면 나는 아마 매일을 불안에 떠는 가엾은 양처럼 보일게 뻔하다. 매일을 걷는 상상을 하고 현실이 될 거라 믿자. 최고의 재활은 환자 본인의 의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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