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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가 오면서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예민해졌고 나를 힘들게 했다. 자기 전에 항상 내일이 되면 발가락 하나만 힘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을 할 때는 잡생각도 안 나고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어서 뿌듯하면서 보람찼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지는 해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공허하고 쓸쓸해진다.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매번 다짐을 하면서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부산에 오면서 저물어지는 하루를 보면 먹먹한 느낌이 나를 괴롭혔다.

 

엄마와 친구들은 작은 변화 하나도 긍정적이게 생각하면서 받아들이면 내 몸도 어쩌면 회복 속도가 더 빠를 것 같다고 얘기를 종종 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좋게 생각해야지' 하면서 혼자 있을 땐 또 그렇지 않게 된다.


무엇을 해야 불안함과 공허한 마음을 없앨 수 있을까? 글을 써본다던지 책을 읽어본다던지 하는 시도도 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몰입해서 집중할 수 있었다. 한 가지에 꽃이면 끝을 볼 때까지 하는 성격인 나로서는 아주 좋은 취미였다.

 

아니면 나는 잠깐이라도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병원 실내에만 있으면서 나름 쾌적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자연 그대로의 냄새가 그립다. 아마도 활동적인 내가 어느 한 장소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자주 외출을 하게 되면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을 수도 있었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면 지겹도록 운동을 반복해야 하는 것은 똑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행동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런 공허함이 재활운동에 있어서 아주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깊게 빠지고 싶지 않다. 까딱 잘못하면 모든 것이 무기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재밌어했던 것은 무엇이 있을까? 글 쓰는 것, 드라마에 빠지는 것, 운동하는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었다. 그럼 그것들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한 가지에 집중하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내 성격을 이용해 보는 것이다.

 

결국 공허한 마음을 없애는 방법은 내가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다. 그저 먹먹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고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한 번이라도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실천해봐야 후회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신이 있다면 이런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 또한 하나의 테스트일 거라 생각한다. 신은 인간에게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시련과 고통만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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