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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페이스란' 상황이 바뀌어도 무표정하거나 마음의 동요를 나타내지 않는 얼굴을 말한다.

 

포커페이스는 일종의 카드놀이인 '포커'에서 유래된 말이다. 상대방에게 수를 읽히지 않으려는 플레이어의 심리전과 상황이 변할 때마다 표정을 들어내지 않고 혼동시키는 전략이기도 하다.

 

내가 9시간동안의 긴 수술을 끝내고 휠체어에 의지했던 초창기에는 한 달 동안을 거의 바보처럼 지냈다.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고 누가 봐도 절망적인 상황에서나 나오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정을 느끼는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여서 쉽게 숨기기 어려웠다. 그래서 옆에 있는 엄마와 친구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이러다가 재활을 시작하기도전에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감정을 드러내면 나에게 솔직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루하루 느꼈던 내 상태를 다이어리에도 써보고 내모습을 거울로 보기도 했다. 내가 봐도 얼굴에 핏기가 없었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얼굴이 보였다.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이 나를 지배했고 그 모습이 있는 그대로 보여졌다. 그럴 때마다 표정을 숨기고 싶었다. 어디론가 혼자 멀리 떠나서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있고 싶었다. 그렇게 내 상태는 혼돈 그 자체였고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재활을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했었다.

 

낯선 지역과 환경에서 아픈몸을 이끌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였다. 의지할 곳이라곤 간병해주는 엄마밖에 없지만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축 쳐져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도 힘이 빠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동요가 한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깊은 구멍에 빠지게 되면서 공포와 초조함이 나를 망가뜨려 놓았다. 내일 일어나도 어짜피 똑같을 테니까. 이런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안식처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하루동안 느꼈던 감정이나 재활치료 내용들을 적으면서 힘들 때마다 찾아보았다. 지금보다 더 우울했던 날도 많았고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픈 순간도 있었다. 그 상황들을 상기해보면서 '그때도 잘 버텼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좋은 상황 아니냐'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좋은 일이 있으면 힘든 일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앞만 보자.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지 말고 당장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보자' 이런 생각들이 나를 강인하게 만들어주었고 지금은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됐다. 다음날 눈을 떠도 어차피 병원이라면 그 안에서 최대한의 능력치를 끌어올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힘써야 한다. 그렇게 나만의 심리치료법을 만들었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이 글을 읽고있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나락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을 것이고 인생에서 최악의 시점까지 추락하면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땐 내일을 생각하지 말고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오늘에 내 온 힘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만족한 하루를 살았다고 느낄 수 있을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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