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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개월 동안 참 많은 것들이 나에게 닥쳤다. 회사를 다니고 정직원이 된 지 한 달이 겨우 지나 수술을 하게 됐고 수술 도중 신경에 손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통증이 없다 보니 단순히 다리가 뭉쳤거나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나고 수준높은 서울대학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서 그렇게 나의 재활이 시작되었다. 의사들도 원인을 알 수 없다던 병에 걸려 일 년에 10-15명 내외로 발생한다는 '척수종양'으로 하루아침에 휠체어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 내 감정은 비참했고 먹먹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생각도 했고 추운지 더운지도 몰랐다. 그렇게 한달동안을 밤에 뜨는 달만 쳐다보면서 지난날들을 회상하고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서 그저 한숨뿐이었다.
누구라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활동적이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내가 장애인이 된 후 세상을 나아갈 용기가 사라졌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했던 행동은 다리에 힘을 주는 것이였다. 내일이 되면 자그마한 움직임이라도 있을까 기대하면서 힘을 줘봤지만 내 다리는 그대로였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노력 없이 보상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구나, 내가 한 번이라도 더 움직여야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의 재활운동이 시작됐고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똑같은 시간에 눈을 떠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고 중간중간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고 만족하지 못했다. 욕심이 많아서였을까. 운동 스케줄이 끝난 후에도 나는 혼자 개인 운동을 거의 매일 1시간 이상씩 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근육이 붙기 시작했고 내가 하는 운동을 따라 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대부분 어르신들이었지만 열심히 하는 나를 보고 맛있는 음식도 주고 희망의 메시지도 끊임없이 해주었다. 나를 위해 매일을 기도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혼자서 우울해하지 않게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대해주는 치료사 선생님도 계셨다. 그렇게 나는 절망에서 희망의 돌파구를 만들어나갔다.
나를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재활을 할 수 있었다. 마음이 불안하고 초초할 때마다 책을 읽어보고 책 속의 내용들을 곱씹어보며 멘탈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 걸을 수 없을 거라는 모든 이들에게 보란 듯이 살아있는 증거가 되고 싶었다.
기적은 말 그대로 희박한 확률에서 나타나는 일이지만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나의 의지도 필요하다. 매일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완벽한 만족을 추구할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들이 나를 더 악착같이 그리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끔씩은 쉬어가면서 내 몸에도 여유를 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만큼 또다시 힘을 내서 재활을 하는것이 지금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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