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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8일 척수종양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수술을 하게 되었다. 10만 명 중 5~10명 이내로 걸리는 희귀병.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보는 질환. 믿을 수 없는 현실로 애써 부정하려 했지만 마음처럼 될 수 없었던 나. 신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었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큰 시련을 주는지... 원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수술 후 내 몸은 명치 아래로 완전 마비 판정.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엄마와 나는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2019년 1월, 혹은 훨씬 그 이전일지도 모르는 순간부터 왼쪽 다리가 뻣뻣한 느낌이 들었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뛰기 시작할 때 달리기가 안 되는 나 자신을 보고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병원을 방문하는 이유는 통증이 동반되는 질병이거나 도저히 일상생활이 안 되는 경우에 가는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다 할 통증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다리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부산에서 간단한 검사 이후 MRI 정밀검진 결과 척추 부근에 종양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확인이 되었다는 소견이 나왔다.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머리가 온통 하얗게 변했다. 옆에 있던 엄마도 아무 말도 못 했고 급히 큰 병원으로 옮겨서 정밀진단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결국 잘 다니던 회사에 병가를 내고 부산 해운대 백병원을 방문에 진료를 받으려 했으나 2주 이상 기다려야 했다. 한시라도 빠른 진료를 받기 위해 엄마가 급히 주변 지인에게 연락을 해서 서울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날이 9월 1일쯤이었던 것 같다.

 

 

발목굳음방지를 위한 발목보호대 및 압박스타킹 착용한 모습.

 

서울대학병원에서 정밀진단 후 중증코드를 받고 당일에 바로 입원을 하였다. 당시 병명은 알 수 없음. 의사 선생님도 수술장에 들어가야 정확한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수술하기 전에 혈관조영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조금의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혈관조영술은 뇌동맥, 관상동맥 등 혈관 내에 조영제를 투입해 방사선(X-선)으로 촬영하면 혈관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을 이용한 검사이다. 혈관 검사법 중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혈관조영술을 통해 혈관의 전체적인 모양과 막힌 정도를 파악할 수 있어 뇌졸중, 심근경색 등과 같은 혈관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고 한다. 이후 혈관조영술을 시도해보았지만 결과는 실패. 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나는 2주일 정도를 입원 대기하면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

 

2019.10.18일 아침 7시 30분 첫 수술장을 들어가서 오후 4시까지 약 9시간을 수술하는 대수술을 거치게 되었다. 수술 후 정신을 차려보니 명치 아래로 감각이 없었고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당시는 단순히 마취가 덜 풀려서 그런 줄 알았다. 수술 후 다음날 담당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척수 내 신경에 종양이 많이 덮여있어서 긁어내는 과정에서 신경이 많이 손상되었고, 수술시간이 더 이상 길어지면 생명에 위험이 가기 때문에 남아있는 종양을 완벽히 제거하지 못했다고 했다.

 

수술 후 6개월 뒤에 다시 병원에서 정밀검사 후 수술여부를 결정. 의사 소견으로는 양성종양 ASIA-A 완전 마비. 남은 인생을 휠체어를 통해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후 2~3일 동안은 그저 멍 때리면서 보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고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옆에서 묵묵히 응원해주고 기도해주고 다시 걸을 수 있다고 말을 해준 엄마가 있어서 지금까지 버티면서 재활운동을 하지 않나 싶다.

 

수술 후 한달경과. 서울대학교 외곽 벤치에서 엄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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