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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물일곱 청년입니다!

본격적으로 발보조기를 차고 보행연습에 들어갔어요.

처음이라 많이 서툴고 힘들지만 걸어 다니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처음으로 의사 선생님들과 젊은 환자들 간의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오늘은 원장님께서 특별히 시간을 내주셔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0-30대 젊은 척수 환자들이 국립재활원에 모인경우는 거의 10년 만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혼자서 병원생활을 하면 우울해지고 부정적인 생각들만 하게 되는데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니까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오랜 기간 동안 투병생활을 한 환자들이 제법 많이 있더라고요. 군대에서 사고로 4년째 입원하고 있는 분도 있고 다이빙 사고로 2년째 재활운동을 하고 있는 환자도 있었어요. 

 


다들 겉으로는 웃으면서 인사를 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았어요. 군대에서 사고로 경추를 다친 환자는 목에 호스를 꼽고 겨우 말을 이어나가더라고요. 평소에 어머니와 같이 웃으면서 다니길래 큰 사고는 아닌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늘 처음 말을 들어보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호흡이 가빠져서 오랫동안 말을 이어나가지 못할 만큼 아픈 사람이었어요.

 

젊은 환자 중에서는 제일 어린 친구는 23살이었어요. 국립재활원에 온 지 얼마 안됐고 매일 병실 안에만 있다 보니 얼굴을 잘 보지 못했어요. 오늘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말도 재밌게 하고 얼굴이 밝더라고요. 사고로 흉추를 다쳐서 저와 비슷할 줄 알았는데 손상부위가 달라서 손을 움직이는 게 힘들어 보였습니다.

 

저는 제가 제일 불행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척수종양이라는 질병 때문에 명치 아래로 완전히 마비된 환자가 되어버렸거든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여. 그렇게 한 달 동안은 매일 한숨을 쉬고 땅만 바라보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저보다 더 아프고 오랫동안 입원생활을 하고 있는 환자들이 있었어요. 그들을 바라보면서 부정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됬어요.

 


노력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만큼 후회할 일도 없습니다.

제가 지금껏 살면서 무엇인가에 죽을 만큼 노력한 순간이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더라고요. '정말 간절하기 때문에, 이렇게는 못 살 거 같아서'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저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에 있는 모든 환자들은 알게 모르게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알지 못할 뿐이죠.

 

다친 기억을 떠올리면서 얘기하는 것이 쉽진 않아요.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은 다릅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존중해줍니다.

 

저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며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생각이에요.

답답한 병원속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상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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