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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은 뭐가있을까

수술 직후 마비된 내 몸을 보고 지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주변에서 하는 말들이 무슨 위로가 될까.. 도움받고 싶지 않았다. 말이야 쉽게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저 연민과 동정의 감정뿐이라고 느꼈다. '젊은 친구가 쯧쯧.. 안타깝다' , '사고로 들어온 거야? 아이고 참..'  그들이 나에 대해서 대체 무엇을 알길래 그런 말들을 할까 하고 생각했다. 모든 게 부정적이었고 앞이 캄캄했다. 그렇게 한달을 생활했던 것 같다.

 

처음으로 내 자신이 불쌍하다고 느꼈다. 만약 아프거나 사고로 입원했다면 차라리 받아들이기 쉬웠을 텐데 의사도 모르는 희귀병으로 마비된 내 몸을 보고 그저 한숨만 나왔다. 졸업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회사생활을 했던 순간들, 우리 집 강아지와 산책했던 모습,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면서 떠들었던 순간들이 너무 그리웠다. 

 

가을이 되고, 겨울이 지나면서 더 악바리로 재활을 했다. 서울재활병원에서 하루 평균 7시간 재활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또 나가서 운동을 했다. 가만히 있으면 더 나 자신이 초라해지고 영원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밤 9시가 되면 야외 테라스에 가서 매일 다짐했다. 절대로 휠체어를  타고 평생을 살지 않을 거라고.. 다시 일상으로 걸어서 돌아갈 거라고..


인생을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면 주변에서 진심 어린 연락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멀쩡했을 땐 몰랐었다. 힘들 때 연락 한번 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국립재활원에 오면서 나와 비슷한 또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심적으로 많이 편안해졌다. 그들은 나와 같은 마비 환자이고 내 고통보다 더 힘든 순간을 맞이했으니까 공감과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사람들 때문에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부정적인 생각들을 바꾸게 되었고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 내가 바보였다.

 

요즘은 나름 즐거운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쉬는 날에 다 같이 맛있는 음식도 먹고 산책도 같이 다니면서 얘기도 하고. 봄이 되니까 마음도 따뜻하게 바뀌게 되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더라.

 

서로가 힘이 돼준다면 힘든 병원생활도 잘 해쳐나갈 수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병원생활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심적으로 편안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하면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참 많은 고민을 지금껏 해왔다.

 

'남의 불행위에 내 행복을 쌓지 마라' 법륜스님의 '행복'이라는 책의 구절이 내 마음을 울렸다.

 

지금 이 순간은 욕심 없이 그저 아픈 사람들이 하루빨리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서로가 힘이 되어 행복을 나눠주는 것은 그 어떤 물질적인 보상보다도 값진 가치라는 것을 알게 돼서 좋았다.

 

기약 없는 병원생활이지만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다. 지금이 나에겐 인생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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