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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라고 했던가. 요즘 나는 욕심이 생겼다. 보행연습에 들어가면서부터 '더 빨리 혼자서 걷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 수천번 되뇌면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만족스럽지 못했고 더 많은 동작들을 해보고 싶었다.
혼자서 걸어본 게 거의 반년만이니까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남들은 사고로 이곳에 왔지만 나는 희귀질환 때문에 하반신 마비가 되어서 억울하기도 하고 원망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를 재촉하고 밀어붙여서 나를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지난 7개월간 기초체력부터 근력운동까지 꾸준히 하면서 보행을 위한 적절한 몸을 만들었다. 항상 자기전에 '오늘도 고생했어, 내일은 더 좋아질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버텼다. 그래서인지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누군가 외치는 듯했다.
첫발을 내딛을 때 나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재활운동을 하고 있고 항상 주변인들의 응원과 진심 어린 조언을 귀 기울여 실행하고 있다. 처음이 어렵기 때문에 다들 어려워하고 힘들어하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 마음도 지금까지 잘 헤쳐나갔기 때문에 조금만 욕심내면 더 좋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렇지만 몸이 생각처럼 쉽게 따라와 주지 않았고 그럴수록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같은 시간에 물리치료를 받는 한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지석아, 너처럼 발보조기로 걷는 흉내라도 내보는 게 내 소원이야' 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니까 왠지 내가 대단한 무엇인가를 하는 것처럼 느껴짐과 동시에 나를 다그치는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이 내가 하고 있는 재활도 단계가 있었다. 퍼즐처럼 하나씩 끼워 맞추다 보면 어느새 완성이 되고 그것을 마주했을 때의 행복이 나타난다. 그동안 나는 한 단계씩 지금까지 올라왔으니 마지막 단계인 보행에서 완벽한 끝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보행에도 단계가 있고 기본부터 다시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언젠가 좋은 소식이 올 거라 생각한다. 아기들도 처음부터 걷지 못하지 않는가. 뒤집기부터 기어가기, 물건 짚고 일어서기를 통해서 걷게 되고 뛰게 된다. 그렇게 천천히 단계를 밟다 보면 다시 예전처럼 걸을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다. 나를 불안하게 했던 것들은 '빠르게 이뤄내고 싶다는 욕심과 그것을 채워 넣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원망' 일 것이다. 나를 다그치려 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맞춰간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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