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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병원에서 어떤 형을 만났다. 그 형은 사고로 경추를 다쳐 사지 마비가 왔었다. 2년 동안 죽을힘을 다해서 재활을 하니 다리의 감각은 생기고 어느 정도 팔힘도 생겼다. 

 

그 형은 나 정도의 상체 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손가락만 간신히 굽힐 수 있고 팔을 오랫동안 들고 있지 못해서이다. 내가 아둔해서일까? 내 몸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겨우 상체만 움직일 수 있는 내가 누군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버렸다. 나는 오히려 남을 부러워했기 때문에 내 신체상태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색하지만 한 발 한 발 지팡이를 잡고 걷는 우리 방 할아버지를 매일 보며 저만큼만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지마비로 옆에 보호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자들은 휠체어라도 혼자 힘으로 밀어보고 싶다고 한다. 자기 손으로 세수해보는 것, 스스로 침상에서 일어나 앉는 것 등 나로서는 정말 기본적인 행동이지만 그들은 간절하게 원했다.

 

만약 내가 사지마비가 되었다면 어땟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지금 상태에서 손마저 쓸 수 없다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절망을 넘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을 이룬 누군가를 보며 동경하듯 또 다른 누군가는 나 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워할 것이다. 내 스스로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 상체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인 것을.

 


재활치료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은 길고 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뿐만 아니라 힘겹게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모든 환자들은 마치 길고 긴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다. 지금은 끝을 향해 피땀 흘리며 달려가지만 결승지점은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길고 지루할지라도 같이 달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 열심히 뛸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서 윈윈 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오히려 더 성장해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하체를 조금씩 움직이는 환자를 보며 나도 걸을 수 있다는 자극을 받고 상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또 자극을 받아 더 힘차게 재활운동을 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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